▲ `뻘소리`는 새만금 사람들의 삶을 통해 개발만이 능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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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무대가 술렁였다. 2000여 명의 관객들이 무대를 빈틈없이 메웠고, 신명난 풍악이 울리는 무대 뒤편에서 `갯돌`, 그들이 뛰어나오기를 기다렸다.
15일 목포 극단 `갯돌`이 `목포환경운동연합` 창립 7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해 마당극 `뻘소리` 공연을 펼쳤다. 마당극은 특징은 너른 판이다. 이날 공연 장소는 KBS목포방송국으로 실내였다. 연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시작됐을 때 그런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라도 사투리 그 걸쭉한 입담을 풀어내며 짐짓 과장된 움직임으로 그들이 등장했을 때 실내의 공간은 이미 너른 마당이 돼 있었다.
공연이 시작한 지 10여 분만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알아서 추임새를 넣었다. 갯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면에서는 큰 함성과 박수를, 새만금 찬성론자들의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야유를 보냈다. 어느새 관객과 무대의 경계가 사라지고,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새만금공사가 진행되는 갯마을의 뻘밭이 되어 있었다.

"야 이놈아 보자보자 항께 동네사람들이 보상금을 한푼이라도 받아서 객지나가 잘 살문 좋제. 그라고 이 일이 우리 동네만 위한 일이냐 우리도민 전체를 위한 일이고 나라를 위한 일 아니냐."
"하이고, 그람 평생 뻘질한 청산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야. 인자 저 뻘밭에 임자없단 소리도 못 듣게 되야부러써"

▲ 좁은 무대에서 갯벌의 넓이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 뻘스키는 사실성을 높이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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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동영감의 죽음 이후 갯벌보존으로 생각을 바꾸는 함평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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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사가 시작되고 청산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갯벌에서 밀려나 보상금을 받아들고 떠날 준비를 한다. 그 과정 안에는 첨예한 대립의 각이 놓여져 있다. 개발에 대한 찬성과 반대, `뻘소리`는 새만금의 현장에 들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만 그 방식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새만금 사람들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그들의 삶 자체로 풀어낸다. 뻘을 지키자는 불동영감과 보상금문제로 분주히 움직이며 주민들의 이사준비에 앞장서는 함평영감은 젊어서 죽고 못사는 친구였다. 관객들의 큰 호응은 이 두 시각의 적절한 배치로 인해 얻어진 것이다.

공연 내내 엉덩이가 들썩여 가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는 조요석(39) 씨는 "새만금 문제는 첨예한 대립 속에 놓여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것에 대해 모르거나 무관심하다. 문화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보여주고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 말이다. 한판 잘 웃고 울다 보니 새만금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문제 같다"고 말했다.

`뻘소리`는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배치시키며 긴장을 높여나갔다. 무대는 뻘노래를 신나게 무르며 궁둥이춤을 추다가도 그 갯벌에서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을 접목시켰다. 현재의 시선으로만 보면 새만금의 첨예한 대립에 선뜻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없다. 그러나 그 갯벌에서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 그리고 미래에 살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새만금을 들여다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뻘소리`는 청산마을 사람들의 역사를 통해 `갯벌이 과연 지금 살아가는 당신이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당신 땅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극단 `갯돌`은 1981년 암울한 시대에 문화로써 투쟁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90년대 들어 시대가 유화국면에 접어들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사회 운동적인 측면보다 삶의 기반이 되는 문제와 역사 속에서 소재를 찾아 마당극화 시키는 작업에 충실했다. 주로 서남해안을 돌며 공연했으며 그 동안 ‘목포의 눈물’ ‘암태도’ ‘병신난장’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 `뻘소리`는 새만금 공사를 오늘의 현실을 통해서만 풀어내지 않는다. 그곳에 살았 던 옛사람들의 삶도 함께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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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소리` 연출자 손재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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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문제를 마당극으로 만든 이유는.
지금 이 시대의 화두는 환경이다. 새만금문제가 개발과 보존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고, 전북지역에서는 개발론이 훨씬 우세하다.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갯벌의 보존 자체가 아니다. 민족의 혈맥처럼 지켜져 왔던 자연과 갯벌 속에는 민족성이 녹아있고, 갯벌의 파괴는 민족성의 파괴와 연결되는 문제다.

`뻘소리`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힌다.
제목 안에는 여러 가지의 의미들이 충돌하고 그것들은 상호연관성을 갖는다. 뻘소리는 말 그대로 헛소리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저게 과연 `뻘소리일까`하는 의문을 남긴다. 또한 뻘의 소리이기도 하다. 수많은 생명들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죽임을 당하며 토해내는 여운이 있는 통곡소리가 뻘소리이다. 갯벌의 성질처럼 제목 자체도 열어놓았다. 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초연은 어디서 했는가.
갯벌을 관객으로 두고 공연했다. `뻘소리`는 당연히 갯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안 압해도 뻘밭에 들어가 작품을 갯벌에 바친다는 의미로 공연했다. 우리끼리 갯벌에게 한 공연이었지만 그렇게 신명날 수가 없었다. `뻘소리`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갯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뻘소리`는 진한 육담과 전라도적인 서정성을 담은 작품이다. 좁은 공간에서 드넓은 뻘 장면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갯벌은 우주적이다. 과거와 현대의 접목이 그래서 나왔다. 시간의 흐름은 우주의 질서이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주로 섬지역를 돌며 공연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까지는 신안의 섬지역을 돌며 공연했고, 앞으로도 서남해의 무안이나 함평처럼 갯벌이 많이 있는 지역들을 돌며 공연할 생각이다. 갯벌에 사는 사람들을 관객으로 정한 이유는 `혹 당신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하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뻘소리`가 일종의 갯벌 파괴에 대한 주의보를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