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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없이 살 수 없던 시대의 ‘18번’에 바친다 <전라도닷컴 > | |||||
| 글쓴이 | 관리자 | 등록일 | 2006-01-24 12:51:15 | 조회 | 4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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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갯돌의 ‘뮤지컬 난영’ 김창헌 기자 누구나 ‘18번’이 있다. 노래만큼 내 속내를 알아주는 것이 없다. 질긴 그리움은 무심결에 노래를 불러낸다. 이별의 슬픔을, 무작정 흐른 세월을 노래로 삭인다. 우리 현대사에서 1930년대에서부터 1950년대까지는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눈물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시대, 노래는 고향에 뿌리박지 못하고 낯선 땅을 헤매며 고생해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을 달랬다. 배불리 먹고 등 따뜻하게 사는 소박한 소망마저 이룰 수 없었던 사람들, 무력한 현실에 끌려 다녀야만 했던 사람들의 탄식과 눈물을 노래는 다독였다. 이난영(1916∼1965)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다. 노래 <목포의 눈물>은 가요의 전성기를 열었고 <목포는 항구> <다방의 푸른 꿈> <울어라 문풍지> 등 그의 노래는 널리 애창되며 많은 사람의 흥겨울 일 없는 세상살이를 위로했다. 2005년은 이난영 타계 40주년, <목포의 눈물> 탄생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1월30일과 12월1일 목포를 대표하는 극단 갯돌이 이를 기념하는 ‘뮤지컬 난영’을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두 차례 올렸다. 이난영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번 공연은 경기도 공동묘지에 초라하게 방치되어 있는 이난영 묘소를 목포로 옮겨오기 위한 기금마련 무대로 꾸려졌다. 이난영 타계 40주년, <목포의 눈물> 탄생 70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난영은 난영의 가수데뷔 시절부터 조선악극단에서의 활동, 7남매를 외국에 떠나보내고 술과 담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를 그린다. 국권상실, 전쟁, 분단으로 이어지는 고단한 민족사에, 고단한 민족사처럼 관객들에게 목소리를 팔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던 이난영이라는 딴따라(공연예술가)의 삶이 포개진다. “누구나 한번쯤 목젖에서 울어 나와 <목포의 눈물>을 불렀던 사람들은 내 안에 난영이 있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연출가 손재오(43)씨의 말처럼 뮤지컬 난영은 개인의 삶과 시대와 노래가 한 곡조로 어우러진다. 구구 절절한 시대를 담아낸 산물, 당시 불렸던 노래에 대한 헌사에 다름 아니다. “나라 잃은 설움과 분노를 토해내는 유일한 문화통로는 노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유흥요가 아닌 억압적인 일상으로부터 일탈이고 자기 위안이었다. 노래를 통해 소통하며 분을 삭이고 슬픔을 씻는, 노래가 이데아가 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난영이 불렀던 노래를 비롯해 김정구의 <눈물 젓은 두만강>, 백년설의 <번지 없는 주막> 이애리수의 <황성옛터> 이해연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그 시대를 대변했던 노래 22곡이 잃어버린 시간을 재현이라도 하듯 무대를 채웠다. 그러나 극은 “울어라 문풍지야 너나 실컷 울어라”(울어라 문풍지)나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고개”(단장의 미아리 고개)의 서글픈 애수로만 흐르지 않는다. 활기차고 유쾌하고 배꼽을 잡는 장면들이 절묘하게 결합되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끄집어낸다.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치는 악극단의 현장공연을 재현해 내며 화려한 춤사위가 있는 쇼가 연속적으로 펼쳐지고 어느 순간에는 마당극 형식을 빌려와 배우들이 익살을 떤다. “현대의 문화공연은 뮤지컬이 대세다.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비주얼이 중요해졌다. 뮤지컬 난영도 이야기를 떠받쳐 주는 재미를 위해 마당극과 연극 형식을 과감히 가져왔고 서사적 사실을 더해주기 위해 영상도 넣었다. 2003년도 KBS 초연을 시작으로 3년 연속 공연을 올리는 동안 관객들 반응을 살피며 뮤지컬이 스스로 변신했다.” 뮤지컬 난영은 이 지역 목포사람들이 만든 최초 창작 뮤지컬이다. 손재오 연출가는 “지역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며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에 무게를 뒀다. “25년 동안 지역문화예술운동을 해온 갯돌은 새로운 문화를 지역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늘 고민해 오고 있다. 지역에서 뮤지컬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가 많이 고민했다. 이난영은 이 지역출신 가수로 이 지역 사람들이 먼저 챙겨야 한다는 애정이 있었다. 갯돌을 중심으로 토박이 예술인들이 모두 한데 모여 창작에서부터 연출, 배우, 스태프 등 모든 제작을 함께 해낸 점도 중요하다. 상업적인 기획에서 출발했다면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색다른 뮤지컬이 나올 수 없었다.” “입영열차 있었을 때는 목포역에서 이난영 노래를 틀어줬어” 뮤지컬 난영은 요즘 쉽게 접할 수 없는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흘러간 옛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특히 난영 역을 소화해낸 주연 김은숙(23)씨의 연기는 작품 전체의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북돋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설령 <목포의 눈물>을 제대로 모르는 젊은이라 해도 억척스럽게 살 수밖에 없었던 세대에 대해, 그 사람들이 애창했던 노래에 대해 절절한 공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안영진(74·목포 삼양동)씨는 “나 죽으러 갈 때 흘러나왔던 한이 담긴 노래”라고 <목포의 눈물>을 회상했다. “입영열차 있었을 때는 목포역에서 이난영 노래를 틀어줬어. 나는 (입영할 때가) 6·25 전쟁통이었는디 노래가 얼매나 슬펐겄어. 살아서 고향 돌아올 수 있을까 하고 다 큰놈이 엉엉 울었제. 어무니도 울고….” 호남선 열차가 종착역이 목포역에 닿으면 스피커에서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목포역에서 열차가 출발할 때도, 목포항에서 배들이 출항할 때도 <목포의 눈물>이, <목포는 항구> 노래가 흘러나왔다. 목포대 고석규 교수는 “목포의 눈물은 일제하 우리 민족 모두의 ‘망향가’였고, 해방 후에는 설움 받는 전라도 사람들의 ‘시름가’였고, 민주투쟁의 연대에는 장렬히 산화한 열사들에 대한 남도인의 진혼가이기도 했다”고 평한 바 있다. 이향초(65·목포 산정동)씨는 이난영의 노래를 가리켜 “내 몸에 배어 있는 노래”라고 했다. 사람은 떠났지만 노래는 이렇게 남았다. 기사출력 2006-01-16 14:35:42 ⓒ 전라도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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